상가주택에 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EDND 이민우 실장은 영민한 수납 아이디어와 색다른 구조로 디터 람스의 모던함을 반영한 신혼집을 완성했다.
‘유럽의 어느 집 같다’는 추상적인 표현이 인테리어 디자이너 EDND 이민우 실장의 집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적극적인 SNS 마케팅 시대에 조용히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는 그녀의 집이 그렇게 느껴진 데에는 전형적인 한국식 집과는 확연히 다른 구조 덕분이었다. 1층에 카페가 있는 건물 맨 위층에 사는 이민우 실장은 방 두 개가 있던 상가주택의 구조를 완전히 변경해 신혼집으로 꾸몄다. 내력 기둥을 제외한 모든 구조가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을 열면 벽이 나오고 양 옆을 통해 자유롭게 집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부터 신선했다. “처음에는 혼자 살던 집이었고 사무실로도 사용하려고 했어요. 생활적인 부분을 가리는 것과 부족한 수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죠. 그래서 저희 집은 구석구석 설명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장치가 많아요(웃음)”라며 이민우 실장이 침실로 안내했다. 침실에는 아래쪽에 수납공간을 깊게 만들어 옷부터 다양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고,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독특한 침대를 제작했다. 침대 외에도 옷을 보관할 붙박이장부터 주방의 팬트리 공간, 알려 주기 전까지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세탁기까지 문을 닫아두면 살림살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세심하게 계산해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일도 해야 하고 고객도 드나드는 집이어서 오히려 약간은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다 전형적이지 않은 구조나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거실과 다이닝 공간의 경계 또한 자유로워서 오랜 시간 기다려서 받은 비초에 소파, 미팅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익스텐션 테이블까지 일직선의 동선으로 연결된다. “비초에 소파와 테이블은 저의 위시리스트였어요.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디터 람스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거든요.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장식성이 별로 없는 중성적인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값비싼 명품 가구나 유행하는 가구도 분명 있지만 디자이너나 빈티지 제품에 좀 더 애정을 갖고 있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디터 람스 디자인의 담백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그녀의 집과 꼭 닮아 있었다. 침실 못지않게 인상적인 공간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팬트리 공간이 마주 보는 형태인 주방은 노란빛이 감도는 페인트를 바른 벽과 흰색 타일이 어우러져 빈티지한 유럽의 아파트를 떠올리게 한다. 나무로 짠 회색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냉장고부터 각종 주방 가전과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이 나온다. 필요하지만 꺼내두면 산만해 보이는 요소를 문으로 가릴 수 있는 유용한 아이디어다.
“비슷한 스타일의 집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요즘은 자기복제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돼요. 정말 멋진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요. 결국 제가 디자인하는 집에는 제 취향과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최대한 저만의 색깔과 고객의 요구 사항을 잘 조율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이민우 실장에게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물었다. “지금으로선 테라스가 있는 집이요. 정말 살고 싶은 집이 있었어요. 지인이 살던 빌라인데요, 파라솔까지 펼쳐둘 수 있는 넓은 테라스가 있고 침실, 거실, 주방에서 남산이 보이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그런 집에서 살고 싶어요. 잠옷을 입고 테라스로 바로 나갈 수 있는 집이요!” 자기복제에 대한 이민우 실장의 고민은 기우였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집이 곧 이를 반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