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주택의 꼭대기 층을 작업실로 개조한 디자인서다 홍희수 대표. 그녀의 세 번째 작업실은 독특한 복층 구조의 공간에서 아르데코와 미드센트리, 빈티지 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다.
디자인서다 홍희수 대표의 세 번째 작업실에서는 연륜이 느껴진다. 이는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결코 짧은 시간안에 복제하거나 유행처럼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전문가의 특권같은 것이다. 홍희수 대표는 경리단길의 다세대주택 건물을 매입해 1층과 2층은 세를 주고 3층에 작업실을 열었다. 건물 외관도 페인트칠을 새롭게 해서 그 길을 잘 아는 이들은 ‘새 건물이 지어진 건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채도 낮은 버건디 컬러의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서 다시 카키색 문을 열고 디자인서다의 안 으로 들어섰다. “장 프루베의 컬러를 채용해 문과 외관을 칠했는데, 요즘 한창 인기인 것을 보니 괜히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유행이라서 선택한건 아닌데 말이에요.” 문 색깔이 아름답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홍희수 대표의 대답이었다. 원래 가정집이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이제는 작업실의 면모를 갖춰 재탄생한 이곳은 공간 안에 또 공간이 있는 구조다. 꼭대기층의 장점을 살려 복층 구조를 완성한 것. 아래층에는 직원들의 사무실과 간이 주방, 미팅을 위한 큰 테이블이 놓였고, 위층은 온전히 홍희수 대표의 공간이다. 정리를 더 했어야 한다며 겸연쩍어 하는 홍희수 대표는 평소에는 작업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아일랜드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불탑의 오래된 모델이에요. 고객이 사용하던 건데 새로 구입하면서 버리지 않고 제가 가지고 왔죠. 서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원단이나 칩을 볼 때도 넓게 펼쳐놓을 수 있어 작업대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새것의 반짝거림은 없었지만 스테인리스의 세월을 입은 흔적이 오히려 멋스럽게 보였다. 이 작업실의 아름다움은 역시 위층에서 드러난다. 홍희수 대표는 낮은 층고의 복층이지만 허리를 다 펴고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아래 층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벽을 유리로 만들었다. 덕분에 작은 공간이지만 답답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위층에서는 어디에 앉아도 바깥의 우거진 나무가 보여서 숲속에 있는 집 같다. 단차를 두어 위에는 책상을, 아래에는 소파를 두었는데, 작업실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책상 코너는 뾰족한 지붕과 어우러져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아르데코 스타일을 좋아하는 홍희수 대표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조명과 빈티지한 미드센트리 시대의가구, 직접 제작한 캐비닛과 머스터드 컬러의 플렉스폼 소파 그리고 사이드 테이블처럼 활용하고 있는 한국 고가구까지 촬영을 위한 세트장인가 싶을 정도로 정돈돼 있지만 스타일링의 세련된 강약 조절을 느낄 수 있다.
“이전 작업실은 직원 수에 비해 많이 넓었어요. 그러다 보니 짐도 계속 쌓이고 관리도 안되는 상황이었죠. 지금 작업실은 크기는 작아졌지만 있을 것만 갖췄고 동선도 훨씬 편리해요”라며 홍희수 대표는 지금 작업실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서다는 CGV, SM엔터테인먼트, 신세계, GS Shop 등의 대기업 브랜 드와 제주 모노가든, 라니앤컴퍼니처럼 스타일이 돋보여야 하는 개인 공간까지 설계부터 스타일링을 두루 담당한다. 때문에 작업실은 디자인서다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장소여야 할 것이다. 홍희수 대표의 세 번째 작업실은 누구든 포용할 수 있도록 부담스럽지 않지만 컬러와 곳곳에 놓인 소품, 가구 하나까지도 디자인서다의 개성을 담고 있다. 설계와 스타일링은 비슷한 듯 한끗 차이로 다른 영역인데 두 가지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홍희수 대표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공간이랄까. 무심코 문을 열었다가 예뻐서 놀라게 되는 크림색 화장실만 봐도 알 수 있듯 말이다. 이제 연륜과 노하우가 집약된 이곳에서 디자인서다의 넥스트 디자인을 즐길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