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자연 풍경으로 가득 채운 집. 한국 전통의 건축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경기도 오포의 단독주택을 찾았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자리하는 ‘우주재,제’는 다섯 가족의 생활 방식과 소소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설계와 시공을 맡은 건축디자인 사무소 백에이어소시에이츠 안광일, 박솔하 소장은 집을 설계하기 전 가족 구성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이 집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됐다. 우주재는 집주인이 지은 이름으로 넉넉할 우 優자를 넣어 넉 넉함이 머무르는 영혼에 위안이 되는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건축가는 집주인이 지은 감성적인 이름에 형태적인 언어인 나란히 갈 우優 자를 넣어 한국적인 미를 담은 곳을 의미하는 개념을 더해 집의 컨셉트를 잡았다. 전통적인 한국 건축은 아니지만 우리의 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자연과의 소통 방법을 이집에 담은 것이다. 외관은 낮고 긴 형태를 띤다.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만큼의 공간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도록 형태를 갖추고자 했다. 좁고 긴 형태의 창문을 택한 이유는 밖에서 쉽게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며, 건물의 정면에 노출되어 있는 창문은 닫음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했다. 건축물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멘트 벽돌로 마감했지만 질 감이 독특하다. 벽돌을 쌓으면서 매지밥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형태로 만들어 텍스처감 있는 입체 벽을 만든 것이다.
실내 역시 한국의 건축적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공간의 치수를 한 자 (30cm) 단위를 기준으로 설계했고, 여백을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리빙&티룸은 대청마루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곳이다. 중정을 끼고 있기 때문에 실내에서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벽에는 붙박이 TV장을 제작해 일반적인 거실에서 흔하게 보이는 가전이나 다른 불필요한 것을 숨겨 정갈하고 단정한 모습이다. 거실로 빛이 길게 들어오는 중정은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와 함께 언제나 빛이 머물어 마루에 앉아 티를 마시며 사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거실을마주 보고 있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 또한 볕이 잘 든다. 필요한 만큼만 공간 을 기획해 자칫 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양옆으로 창문을 내어 확장감을 극대화했다. 조명과 테이블도 직접 제작해 공간과 이질감 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미닫이문으로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나누었다. 침대 하나, 몇개의 소가구가 들어갈 정도로 작은 마스터 침실은 그림처럼 걸려있는 자연의 풍경이 방을 가득 채워 전혀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침실이 나란히 있는 공간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다란 복도 형태의 서재를 지나야 하는데, 디자인을 전공한 두 자매를 위한 곳으로 집중도와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홈 오피스처럼 연출했다.
오로지 컬러라고는 큰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이 전부인 이곳에서 일과 휴식을 하며 생각을 비우기도 하고 영감을 얻을 수도 있는 사유의 공간이다. 전체적으로 새하얀 공간에 많은 가구를 두지 않고도 허전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햇빛과 자연의 퍼포먼스 때문이다. 집안 곳곳은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멋지고 귀한 자연 풍경과 빛으로 특별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가끔 안광일, 박솔하 소장은 건축주 가족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고 한다. “뒷마당에 활짝 핀 꽃 사진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어떤 날은 중정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보름달과 그 달빛을 가득 담은 설렘 가득한 목소리를 전해주시기도 해요. 제가 건축한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주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언제나 이 가족에게 행복함을 안겨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자료제공 백에이어소시에이츠 www.100a-associat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