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출시한 ‘비스포크’ 냉장고는 사용자의 개성과 달라지는 라이프스타일을 두루 반영한 제품이다. 가전제품 중에서도 변화가 적었던 냉장고 제품에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출사표를 던진 비스포크 냉장고와 여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작품 형태로 선보인 양태오 디자이너를 만났다.
냉장고가 다른 색일 수는 없을까? 냉장고를 내 마음대로 조합할 수는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상상이다. 삼성전자에서 선보인 비스포크 Bespoke 냉장고는 이런 상상을 현실에서 실현한 제품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냉장고 문은 흰색, 회색 등 무채색 계열로만 출시되었지만, 비스포크 냉장고는 마치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원하는 색상을 냉장고 문에 적용할 수 있다. 완벽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셈이다. ‘가전을 나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프로젝트 프리즘 Project PRISM’은 우리 모두 서로 다른 컬러를 지니고 있듯, 가전 또한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분리보다는 협업, 제조보다는 창조, 표준화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프로젝트 프리즘 Project PRISM의 첫 번째 결과물로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전에는 집 안의 중심이 거실이었다면 요즘은 주방이 대화와 만남의 장소, 때로는 작업을 하는 장소로 집 안의 주인공이 됐다. 때문에 주방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했지만, 가전제품만큼은 달라지는 라이프스타일과 인테리어 트렌드에 비해 디자인 면에서 늘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는 마치 제작 가구처럼 도어 전면 패널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따뜻한 질감의 코타 메탈과 부드러운 광택의 새틴 글래스, 화려한 색감의 글램 글래스 중에서 소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소재의 특성에 맞는 컬러 또한 선택할 수 있다. 집 안 인테리어가 바뀌었다면 냉장고 도어 패널도 어울리는 것으로 교체할 수 있고, 2도어 이상의 냉장고는 칸마다 색상을 달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비스포크 냉장고의 커스터마이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 유명 디자이너 6인과 함께 예술 작품에 가까운 냉장고를 디자인했다. 양태오, 김종완, 장호석, 김충재, 문승지, 임성빈 디자이너가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도록 냉장고 도어를 연출한 것. 특히 양태오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비스포크 냉장고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미래에 대한 색다른 제안을 해온 그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냉장고 전면에는 3D 프린팅으로 만든 레진 소재의 커튼 장식부터 거울, 촛대 모양의 LED 조명, 텍스타일과 우드 패널을 장식해 문을 열기 전까지는 전혀 냉장고처럼 보이지 않는 독특한 작품이다. 양태오 디자이너의 비스포크 냉장고는 계동에 위치한 태오양의 한옥 스튜디오에 설치됐으며 <메종> VIP 회원들에게 공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을 냉장고 문에 표현한 양태오 디자이너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의 시공간을 담은 냉장고
비스포크 냉장고를 보기 위해 계동에 위치한 태오양스튜디오를 찾았다. 냉장고 문에 시간과 공간, 전통과 첨단 기술을 모두 담은 그의 냉장고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사용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장점 또한 한눈에 드러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이번 비스포크 냉장고 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냉장고가 어디까지 발전해왔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였다.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가 있었나? 이미지보다는 먼저 고민이 됐다(웃음). 냉장고는 TV나 에어컨 등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변화가 많지 않았던 품목이다. 형태를 변형하지 않고 문을 통해 기존 냉장고와 달라진 점을 보여줘야 해서 어려웠지만 흥미로웠다.
실제로 본 냉장고는 촉감이 매력적이었다. 스웨이드 카펫과 우드 비니어, 레진 커튼 등 냉장고 문에 붙인 모든 소재는 일상에서 항상 만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는 냉장고가 아니라 매일 문을 열고 닫으며 상호작용할 수 있고 개인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만져보면서 ‘냉장고 문이 이럴 수 있어?’ 혹은 ‘냉장고 문에 이런 걸 더할 수 있구나!’ 하는 경험 말이다.
거울과 레진 커튼, LED 촛대 조명 등 각각의 요소가 기발하다. 어떻게 모티프를 얻었나? 편견을 깨는 작업이 었다. 부드러울 것 같은 커튼을 만져보니 레진 소재이고, 거울과 조명도 달려 있다. 전통 창호를 상징하는 격자무늬의 카펫과 우드 비니어 역시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있다. 어떻게 보면 문에 또 다른 공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의 것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또 과거로부터 온 모티프와 3D 프린팅 같은 첨단 기술의 만남이기도 하다.
이런 소재가 현재 디지털 시대에 갖는 의미가 달라졌나?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에 대한 신체적 반응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냉장고 문을 통해 우리가 그런 선입견이나 틀을 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커튼은 꼭 부드러워야 할까? 조명은 꼭 벽에 달려 있어야 하나?’ 하는 질문을 통해 말이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전제품이 이런 틀을 깨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 디자이너로서 이번 디자인에서 고려한 부분이 있다면? 늘 그렇듯 생활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카무플라주’를 생각했다. 물론 이번 냉장고에는 예술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지만 이 제품이 어느 가정집에 놓였다고 생각하면 냉장고보다는 스크린이나 파티션처럼 보일 것 같다. ‘배경’처럼 보이길 바라서 스튜디오에 설치할 때도 가장 일반적인 흰색 벽에 냉장고를 설치해 그런 느낌을 강조했다.
첨단 기술이 공예와 선을 긋지 않고 융합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달해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에는 사람의 감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깃들어 있지 않다면, 이는 그저 기술로만 끝날 것이다. 하지만 동시대적인 사명을 갖고 기술과 크라프트를 생각한다면 결국에는 서로 융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전제품 중에서 디자인에 도전해보고 싶은 품목이 있다면? 공기청정기! 이제 필수 가전제품이 된 공기청정기를 어떻게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을지, 그로 인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