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에 대한 설명 글을 상세히 읽어봐야 하는 전시가 피곤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2020년 첫 전시로 무얼 봐야 할지 고민하던 중 눈으로 보는 전시가 아닌 귀로 듣는 전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흥미가 생겼다. 디뮤지엄에서 선보이는 <사운드 뮤지엄, 소리의 시간을 걷다>는 미술관 전체를 거대한 사운드 큐브로 변신시켜 미술관을 거닐며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체험형 전시다. 전시는 소리가 전달하는 생생한 순간과 정서적인 자극을 관객이 실감할 수 있도록 기획해 고요한 공간에서 청각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한다. 때문에 작품으로부터 나오는 소리의 울림에 온몸으로 몰입하게 된다. 전시는 다양한 형태로 관객과 소통한다. 사운드 인스톨레이션과 간단한 지시문을 수행해 손과 귀, 몸으로 리듬을 직접 만들어 소리 감각을 깨닫게 되는 관객 주도형 퍼포먼스, 손끝으로 아름다운 빛과 화음의 세계를 여는 인터랙티브 사운드 아트 그리고 작품 속을 거닐며 비처럼 쏟아지는 소리의 울림을 맞을 수 있는 몰입형 4D 사운드 스페이스 등 10여 곳에 달하는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며, 각기 다른 방법이 어떻게 청각에 자극을 주는지 비교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사실 요즘 전시를 즐기는 방식이 많이 변했다. 좋은 작품과 그때 느꼈던 감동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좋은 아카이브가 되어주지만, 과연 작품을 담아내기 위한 행동인가 하는 의문이 들 만큼 과한 플래시 세례는 다른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유명 전시 때마다 그런 상황에 거부감이 들어 이럴 거면 차라리 온라인으로 보는 편이 낫겠다 싶어 발걸음을 끊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시각적 자극이 아닌 소리가 주는 울림에 몰입하고 음악의 쾌감에 빠져보는 시간으로 카메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모든 관객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온전히 전시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시간을 바라본다. <사운드 뮤지엄, 소리의 시간을 걷다>는 2월 21일부터 8월 16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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