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요즘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꼭 챙겨야 할 라이프스타일 키워드가 있다면 건강이 아닐까. 요가와 조깅, 차를 통해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잡고, 몸에 좋은 제철 음식을 먹으며 기본기를 다지는 사람들. 그들의 건강하면서도 탄탄한 라이프스타일 루틴을 따라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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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 셉템버 문병경
사진 스튜디오 셉템버와 리넨 제품을 소개하는 아뜰리에 셉템버를 운영해온 문병경 대표가 서판교에 살았던 몇 년 전, 인터뷰를 하며 남긴 말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자연적인 곳으로 가고 싶어요.” 그 말은 작년에 현실로 이뤄졌다. 서판교를 떠나 강원도 양양으로 터전을 옮긴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 살다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서판교로 이사했지만 여전히 공기는 좋지 않았고, 자연에 대한 갈증도 채워지지 않았다. “작년 초 찬휘와 아휘를 데리고 바람을 쐬러 양양으로 향했던 날이 있어요. 터널을 지나갈 때마다 하늘이 점점 맑아지고 바다와 하늘이 온통 푸르게 보였죠. 강원도에 살고 싶어했던 찬휘의 마음이 비로소 이해가 됐어요. 제 마음의 문이 열린 거죠.” 작년 3월에 이사한 문병경 대표는 양양에 아뜰리에 셉텀버의 작업실을 열었고, 직접 주문 받은 옷도 만들고 리넨 제품도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가족이 좋아하는 휴양지인 발리에 갈 수 없지만 양양에 살면서 늘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사하면서 제가 참 짐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10년 이상 스튜디오도 운영했고, 넓은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짐이 누적된 거죠. 이와 관련된 책도 읽으면서 짐을 많이 줄였어요. 여전히 줄이고 있지만요(웃음).” 문병경 대표는 속초나 강릉과 달리 양양은 도시적인 느낌이 적다고 말했다.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있고, 살고 있는 집 뒤로는 온통 푸른 산이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출근을 하지 않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스튜디오로 출근했는데, 무리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거리였던 것도 양양을 선택한 현실적인 이유였다.
“사람은 그때마다 원하는 욕구가 있잖아요. 한창 일을 열심히 하고, 정신없이 살면서 새로운 것도 하고 새로운 곳도 가보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지금은 안식년처럼 제게 휴식을 주는 시간이에요. 아이들과도 더 많이 가깝게 시간을 보내고요. 남편은 양양으로 오기 전처럼 여전히 바쁘고 주말에만 양양으로 오지만 그 빈자리를 예전처럼 크게 느끼지 못할 만큼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문병경 대표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존중하는 엄마다. 중학교 1학년인 찬휘는 틈만 나면 바다로 향한다. 길게든, 짧게든 낚시를 하는 것이 찬휘가 요즘 푹 빠진 일과다. 직접 잡은 생선으로 회도 뜨고, 초밥도 만들 정도다. 11살 아휘는 고양이 고돌이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겼다. 작업실 주변을 맴돌던 고돌이는 상냥하고 애교 있는 성격 덕분에 셉템버의 식구가 됐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휘의 그림에는 고양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용돈으로 길고양이들한테 줄 밥을 사기도 한다. “항상 주위에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집에는 일을 봐주시는 이모님도 계셨고, 동료들, 친구들로 둘러싸여 지냈죠. 양양으로 오고 나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졌는데,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편안하고 안락하게 느껴지거든요. 예전에는 이모님께 맡겼던 아이들 등교나 집안일도 충분히 감당할 만큼 여유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언제든 바다로 향할 수 있다는 묘한 위안이 있어요.” 문병경 대표는 서울을 벗어나 살면서 불편한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언젠가 다시 돌아가야 하겠지만 계속 머물고 싶을 만큼 벌써부터 아쉬움과 여운이 길다. 그녀는 찬휘와 아휘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서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자신에게도 해당되었다. 현재 나의 상태와 원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매일매일 새롭게 달라지는 세상에서 나다움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