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주란’을 이끌고 있는 황주란 작가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신예 디자이너다. 스툴 시리즈로 주목받은 주란 작가의 잔잔하지만 힘 있는 행보가 기대된다.
‘주란’이란 스튜디오 이름이 인상적이다. 알파벳 J로 시작하는 브랜드 이름을 갖고 싶어서 고민했는데 영국에 있을 때 교수님이 내 이름이 발음도 쉽고 예쁘니까 그냥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주란’이라고 지었다. 교수님이 로고도 만들어주셨다.
어떤 공부를 해왔나? 가구 디자인 전공으로 학부를 마치고 국내 대학원에 제품 디자인과로 진학했는데 생각했던 커리큘럼과 전혀 달랐다. 가구보다 더 큰 범위가 제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산업디자인, 특히 IT 디자인 쪽으로 치우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휴학하고 유학 준비를 했고, 가고 싶었던 영국 킹스턴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게 됐다. 작년에 돌아와서 주란 브랜드를 냈다.
유학을 준비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나? 프로세스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원했다. 소재부터 리서치를 폭넓게 배울 수 있는 학과를 찾았고 제대로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었다.
브랜드 오픈 후 첫 작품이 왜 스툴이었나? 주변에 1인 가구도 많고 아이가 한 명인 소가족이 많은데, 그들에게 필요한 뭔가를 생각하다가 스툴을 선택했다. 영국에서 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도 스툴인데 생각 외로 재미있었다. 또 첫 제품을 너무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가구로 하고 싶지 않았다.
기본 도형을 조합한 스툴 디자인이 심플하다. 기본적인 도형 요소를 가지고 색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알칸타라 패브릭을 씌운 원형 등받이와 금속 다리를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봉제선이 겉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기에 안으로 감싸 넣는 등 공정에 어려움이 있었고 만드는 공장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웃음).
디자인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소재와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플하지만 단추와 같이 디테일이 조금이라도 다른 옷을 선호하는데, 나의 디자인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소비자에게 판매할 브랜드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좀 올라가더라도 내 마음에 만족스러울 때까지 소재나 디자인에 특별함을 부여하려고 한다.
스툴에 적용한 알칸타라 소재는 어떤 점에서 매력적이었나? 백화점에 갔다가 우연히 소파에 손을 댔는데 촉감이 너무 신선했다. 알고 보니 이탈리아에서 온 신소재 알칸타라라는 걸 알게 돼 국내 수입 회사를 찾았다. 스웨이드처럼 부드럽고 조직이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촘촘해 위생적이다. 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어서 스툴에 꼭 적용해보고 싶었다.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 코스 Cos. 메일을 보낸 적이 있을 만큼 꼭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다. 코스의 옷을 좋아하는데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내겐 매력적인 브랜드다.
제품 디자인으로 선보인 인조대리석 트레이의 질감이 특이하다. 컬러칩을 보고 한눈에 반해 듀퐁 사의 코리안 Corian 인조대리석 회사를 찾아가 리미티드 컬러로 제작을 의뢰했다. 여러 개를 진열했을 때 훨씬 더 아름답다. 두 개의 트레이를 겹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 대리석 무늬가 식상하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새로운 질감과 컬러를 선사할 수 있다.
어디에서 주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나? 아직 정식 입점한 곳은 없고 백화점이나 전시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최근 해외에서 판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는데, 영국의 한 편집숍에 입점할 계획이다.
2018년 목표가 있다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보고 싶고 해외 전시도 한두 번 더 참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