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작은 도서관처럼 꾸민 인테리어 디자이너 유미영의 집.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집중해서 책을 읽거나 소파에 드러누워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도 한다. 사시사철 책을 읽게 되는 장소다.
많은 스타들의 집을 리모델링하며 유명세를 얻은 엠스타일의 유미영실장은 무대, 세트 등 공간 스타일링과 컨설팅, 강의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남양주의 한 아파트는 9년 전 이사할 당시 전면 개조한 115㎡ 규모의 집으로, 부엌과 연결된 넓은 거실 한쪽 벽면에 수납장을 짜 넣어 거대한 책장을 만들었다. 그러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책을 감당할 수 없어 반대쪽 벽에 있던 소파도 옮기고 완벽한 서재형 거실로 바꾸었다.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책으로 시안을 찾아야 했어요.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 있어서 한 달에 5만원씩 꼭 책을 사요. 그러다 보니 책장이 더 필요했죠.” 요즘에는 이미지를 참고하기 위한 책보다는 인문학 도서를 주로 보지만 책을 가까이하는 일상은 변함없다. 손이 닿기 쉬운 곳에 자주 보는 책을 두기 위해 진열대 형식의 책장을 찾았고 고민 끝에 국내 철제 가구 브랜드 레어로우의 흰색 찬넬 가구를 선택했다. 다 읽거나 보관하고 싶은 책은 선반 아래에 둔 수납장에 넣어두고 있다. 그녀가 애정하는 가구 중 하나인 이 흰색 수납장은 사무용 가구를 주로 생산하는 미국 브랜드 ‘하월스 Howells’ 제품으로 지인이 중고로 팔 때 구입한 것이다. “서재는 금방 지저분해질 수 있는 곳이라 관리가 많이 필요해요. 보통 서재를꾸미려고 하면 책으로 꽉 채운 공간을 떠올리곤 하는데 저는 오히려 10~15% 정도 공간에 여유를 두어야 한다고 말해요. 냉장고 속을 꽉 채우면 오히려 비효율적이듯 서재도 마찬가지죠. 새로 책을 들여온 만큼 가지고 있는 책을 정리하는 것도 서재를 잘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그녀가 서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보이는 수납과 감추는 수납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책마다 크기와 색상이 달라서 단정하게 정리할 수 없는 데다 책을 빼곡히 세워놓으면 꺼낼 때 불편해서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재를 꾸밀 때 일반적인 책장으로 다 채우기보다 문이 있는 수납장을 같이 두길 권한다. 이 공간을 온전히 서재로 쓰기 위해 가운데에 커다란 테이블을 두었다. 덕분에 두 딸아이와 함께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편하게 기대어 책을 보고 싶을 때는 창가 쪽에 둔 소파로 향한다. 책을 가까이하기에 아주 적절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