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꽃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용인의 아파트를 찾았다. 플라워 스푼의 배수아 대표의 집에서는 언제나 좋은 향기로 가득하다.
냄새는 강력하다. 누군가를 어떤 향으로 기억하게 하거나 어느 공간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멋지고 으리으리한 집에 초대 받았는데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퀴퀴한 냄새가 나면 1분도 머물고 싶지 않고, 반대로 향긋하고 싱그러운 냄새가 나면 단출한 집이어도 편안하고 오래 기억이 남는다. ‘나도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라고 강하게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면 언제나 향이 있었다. 후각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와 꽃향기로 기분이 좋아지는 집을 찾았다. 쿠킹, 플라워 스튜디오 ‘플라워 스푼 Flower Spoon’을 운영하는 배수아 대표와 그의 남편이 살고 있는 용인의 한 아파트다. 배수아 대표는 이 집에서 4개월째 쿠킹 클래스를 열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이 열리는데, 이날도 수업 준비로 분주했다. 새우와 올리브유의 고소한 냄새가 집 안에 가득 퍼졌다. “클래스를 할 만한 장소를 알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마땅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 층수만 옮겨 이사하게 되었고 집을 고치던 중 여기서 클래스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늑하고 친근한 장소에서 편안하게 즐기다 가기에 집만 한 곳도 없겠다 싶었죠.” 그녀가 앞치마를 다시 고쳐 매며 말했다.
부부가 이 아파트에 산 지는 벌써 7년째. 층수만 바꿔서 이사를 올 만큼 여기에 애정을 갖게 된 이유는 독특한 실내 구조가 주는 생활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이 아파트는 가나아트센터와 인천국제공항을 설계한 인물로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잘 미셸 빌모트가 디자인한 곳이다. 부부가 살고 있는 214㎡ 규모의 집은 일반적인 네모가 아니라 삼각형 구조로 지어졌다. 현관을 들어서면 전실이 나오고 양 옆에 있는 복도를 통해 각 방으로 이어진다. 손님이 오면 복도로 연결되는 문을 닫아 침실, 서재가 있는 사적인 공간과 완전히 분리할 수도 있다. 전실에서 곧장 향해 중문을 열면 두 개의 원형 기둥이 지탱하고 있는 주방 겸 거실이 나온다. 기존 방 하나를 터서 거실을 넓게 확장 했는데 이 공간만 125㎡ 정도다. 주방부터 다이닝 테이블을 놓은 거실까지 시원하게 열려 있으니 소규모 클래스를 하기에 적격이었다.
부부는 촌스러웠던 나무 마감재를 뜯어내고 깔끔한 모노톤으로 주방을 개조했다. ㄱ자 부엌 앞에 있는 커다란 아일랜드 바에서는 주로 요리 시연을 한다. 거실 중앙에는 수업 시간에 배운 요리를 곧바로 맛볼 수 있도록 식탁을 두었다. 지인이 운영하는 마블홀릭 Marbleholic에서 제작한 긴 대리석 식탁에는 카르텔에서 구입한 블랙&화이트 컬러의 의자들을 매치했고 천장에는 톰 딕슨의 금빛 펜던트 조명을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고전적인 식탁 풍경을 모던한 디자인 아이템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거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플라워 클래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주로 서서 작업하기 때문에 테이블을 높게 제작했고 철제 수납장도 공간에 딱 맞게 새로 짜 맞췄다.
르 꼬르동 블루, 일 쿠오코 알마 I l Cuoco Alma와 ICIF에서 10년간 공부하며 프렌치와 이탈리아 요리를 모두 섭렵한 배수아 대표는 영국에 있는 매퀸 McQueen, 제인 패커, 프랑스의 카트린 뮐러 플라워 스쿨에서도 수년간 공부하며 내공을 다진 인물이다. “꽃은 테이블 세팅을 위해 관심 갖기 시작했다가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정갈하고 단정하고 원색적인 영국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내추럴하고 자연스러운 프렌치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영국식이 호텔이나 레스토랑 같은 상업 공간에 적합하다면 프렌치 스타일은 집에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모양이 약간 틀려도 괜찮고 숙달되지 않아도 재미있게 꽃을 즐길 수 있죠.” 배수아 대표와 함께 요리를 공부한 동료들은 고급 레스토랑을 차리기도 했지만 그녀는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에서 요리를 하고 식탁을 예쁘게 차려서 함께 식사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실제로 그녀를 찾아오는 이들은 배움에 열의가 차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오듯 와서 코스 요리를 맛보거나 꽃을 감상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몇 시간 머물다 보니 수강생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이 향기로운 집에 다시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