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스타일부터 모던한 아이템, 캐릭터 있는 작품까지 다채로운 물건으로 채운 용산의 한 아파트는 어느 공간을 봐도 활기가 느껴졌다.
화려한 로코코 스타일의 콘솔과 클래식한 포르나세티의 소품, 개성 강한 스페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화병과 오브제, 다리 모양이 독특한 샛노란 수납장 그리고 벽면을 가득 채우는 커다란 금속 벽시계까지. 패션 사업을 하는 최정아 씨는 처음부터 이렇게 맥시멀 라이프로 살지 않았다. “이전 집은 블랙&화이트의 공간이었어요 . 일이 바빠서 실내 인테리어 업체에 전부 맡겼는데 모델하우스처럼 만들어 놨죠. 현관 쪽에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수묵화를 걸어줬어요 . 혼자 검은색 가죽 소파에 앉아서 집 안을 둘러보는데 느낌이 서늘했다고 할까요. 그로부터 1년 넘게 살았지만 그 삭막한 느낌을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그녀는 4년 전 이 집으로 이사하며 블랙 가죽 소파를 친구에게 주고 거실이 꽉 차는 커다란 ㄱ자 소파로 바꿨다. 블록 형태의 패브릭 소파로 교체하니 카펫도 그에 어울리는 것으로 바꾸었고 그렇게 하나 둘씩 사서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녀는 반려견 하루와 단 둘이 지내기에 충분하고도 넘치는 155㎡ 면적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안방, 드레스룸, 서재, 거실 겸 다이닝 공간으로 구성된 이 집은 일자가 아닌 곡선 복도를 따라 세 방향으로 공간이 나뉘는 독특한 구조다. 넓은 집이지만 탁 트이기보다 코너가 많아 구석구석에도 물건을 배치할 수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시선이 향하는 벽면에는 고풍스러운 무아쏘니에의 주황색 콘솔을 두고 그 위를 빈티지 유리 화병과 소품으로 장식했다. 또 회색 패브릭으로 마감된 복도의 벽면에는 포르나세티의 접시를 달아놨다. 그리고 반대쪽 벽에는 커다란 사다리형 책장과 일본에서 구입한 베어브릭을 놓고 그 옆에는 지니리 작가의 그림을 걸었다. 어느 벽 하나 그냥 비워놓은 데가 없었지만 잘 정돈되어 산만해 보이지 않았다. 언뜻 봐도 다양한 취향이 느껴지는 그녀에게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구입하는지 물었더니 ‘첫눈에 봤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화 도중 문득 바닥에 기대놓은 그림으로 시선이 멈추었다. 일상의 사소한 행복을 그리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판화 작품이 그녀의 대답을 설명하고 있었다. 소파 옆에 서서 거실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거대한 아톰도 마찬가지였다. 허명욱 작가가 나무를 깎아 정성스레 옻칠해 만든 이 작품은 청담동에 있는 조은숙 아트앤라이프타일 갤러리에서 본 것인데 금세 마음을 빼앗겨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구입했다. 그녀는 물건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단 사고 보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눈여겨보고 정말 마음에 드는지 재차 확인한다.
전망이 좋은 32층 꼭대기에 자리한 이 집은 채광이 좋아서 거실에 여러 식물을 두었다. 그녀는 서재로 쓰는 작은 방도 식물로 꾸미고 싶었지만 공간이 여의치 않아 초록색 잎이 빼곡히 그려진 콜앤선의 포르나세티 컬렉션 벽지로 대신했다. 원목 책상과 회색 스트링 선반을 단출하게 두었지만 벽지 하나로 공간의 분위기가 확 살아나면서 심심해 보이지 않았다. 거실과 주방등 다른 공간 역시 컬러를 적절히 활용해 청량하게 연출했다. 집 안 어디를 봐도 밝고 통통 튀는 집주인의 성향이 배어나왔다. “골동품인지 헷갈릴 만큼 오래된 앤티크도 좋아해요. 앞으로 앤티크한 가구와 소품으로 과감하게 믹스&매치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모던에 치우쳐 있어, 그에 어울리는 물건 위주로 구입했지만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간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는 한 가지 스타일로 자신을 대변하거나 규정하지 않는 듯했다. 오로지 가장 편안하고 안락해야 하는 집이 즐겁고 활기찬 기운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