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으로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또렷이 담아 프렌치 모던 스타일로 탈바꿈한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다녀왔다.
집은 패션과 다르다. 남에게 보여지는 것보다 그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이 가장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취향과 별개로 유행과 주변 반응에 신경 쓰다 보면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이 나온다.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그렇지 않아 좋았다. 딱 부러지는 취향과 가치관으로 완성된 탄탄한 집이었기 때문이다. “여기로 이사하기 전, 같은 평형대의 옆 동에서 전세로 살았어요. 지금 집과 완전히 똑같은 구조였거든요. 그래서 집을 어떻게 고칠지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었죠.” 촬영팀에게 다과를 내며 집주인이 설명했다. 그녀는 시종일관 유쾌한 성격으로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자신과 남편, 아들과 딸이 평생 함께 살 집을 고치는 일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례로 그 시작점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찾는 과정부터 무척이나 깐깐했다. “요즘 가장 유명하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나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장 트렌디하게 꾸밀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제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더라고요.” 그러다 한성아이디 홈페이지에 들어가 포트폴리오를 보게 되었는데,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모두 임선영 디자이너의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미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기에 연락이 쉽지 않았지만, 한성아이디 남천희 대표의 배려로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모던하면서도 약간의 장식적인 요소를 더하자는 것이 공사의 방향이었다. 여기에 부엌 창문을 내고, 와인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홈 바를 만드는 등의 세세한 요구 사항이 추가되었다. 특히 부엌은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강의도 했던 집주인이 애착을 갖는 공간이다. 최근의 트렌드는 가족과의 소통을 위해 오픈 키친을 만드는 것이지만 집주인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는 조리하는 곳과 다이닝 공간이 분리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주방과 다이닝 공간을 가르는 중문이에요. 오픈 주방이 심플하기는 한데, 일하는 제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불편해서 식사를 잘 못하잖아요. 계속 빨리 앉으라고, 같이 먹자고 하면 저도 음식을 만들기 힘들고요. 그리고 음식 만드는 모습이 정신없어서 굳이 보여주고 싶지는 않거든요(웃음). 미처 치우지 못하고 쌓여 있는 것도 많고. 따듯하게 완성된 음식만 짠 하고 내고 싶은데 말이죠.”
투명한 아치형 중문 너머에는 와인 냉장고와 홈 바, 커피 바가 자리를 잡았다. 와인을 무척 좋아하는 남편은 두 대의 냉장고뿐 아니라 욕조까지 이용해 와인을 보관할 만큼 컬렉션이 방대했고, 그런 남편을 위해 홈 바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얼마 전 대학생이 된 딸의 방은 수납 부분에 신경을 썼다. 고등학생 때와 달리 옷과 화장품 등의 물건이 늘어남에 따라 이전보다 방을 넓혀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가장 신경 쓰지 못한 것은 고3인 아들의 방. 환경적인 변화가 크면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최대한 이전 집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가구를 고르는 것도 수많은 논의와 과정이 있었다. 아무리 멋진 집이라도 그 안을 채우는 가구와 조명이 조화롭지 않으면 집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도 그녀의 신중함이 발동했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이정선 실장이 집에 어울리는 다양한 가구를 제안했지만 결제를 조금 미루고, 매장을 찾아 꼼꼼히 살펴보며 꼭 사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제품이라 해도 내가 살 집에 오는 물건이기에 신중한 검열을 거쳐야 했다.
그렇게 완성된 프렌치 모던 스타일의 집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쩌면 집주인 내외의 라이프스타일이 주상 복합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제주도에 세컨드 하우스가 있어요.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은 거기에서 다 푸는 편이죠. 처음에는 단독주택에 대한 환상이 크게 있었는데, 가만 보니까 관리가 참 힘들더라고요. 특히 보안 부분에 있어서는 주상 복합 아파트가 훨씬 좋아요. 누가 왔다 갔는지도 알 수 있고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예산이 늘어났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는 그녀는 자신과 가족이 오래 살 것이니, 모든 사람들이 쓰는 것 말고 색다르면서도 좋은 것으로 하자는 디자이너의 말이 힘이 되었다고 했다. 보여지는 것보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 어찌 보면 그것이 진정 가치 있는 소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