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어린아이를 마주한 게 얼마만인지. 귀여움으로 무장한 3살과 6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판교의 어느 집문을 두드렸다. 부부와 어린 두 자매가 단란하게 살고 있는 145m²의 집은 이들 가족의 세 번째 집이다. 그간 별도의 인테리어 공사를 해본 적이 없는 아내는 평소 눈여겨봤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샐러드 보울에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의뢰했다. “평소 샐러드 보울의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언젠가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 이곳에 맡겨야겠다고 싶었죠”라며 아내가 입을 열었다. 화이트와 우드를 이용해 간결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샐러드 보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던 아내는 자신의 집 역시 색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샐러드 보울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이 집을 리모델링하기 전에 똑같은 타입의 아파트를 두어 달 전에 진행했어요. 그런데 그분과는 성향이 다른 이번 클라이언트는 우드 베이스에 좀 더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원하셨어요. 디자인을 할 때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니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샐러드 보울의 김영지 디렉터가 말했다. 아직 어린 두 자녀를 둔 이들 부부에게는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가장 중요했으며, 이는 베란다와 작은 방의 확장공사로 이어졌다. “이 집에서 가장 큰 구조 변경은 베란다와 작은 방을 거실로 확장한거예요. 사실 방 하나를 줄인다는것은 되돌리기 힘든 부분이라 고민이 컸지만 최종적으로 거실이 넓어지면서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워하세요.” 김영지 디렉터의 설명처럼 부부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TV를 보고, 아이들은 소파 뒤에 마련한 낮은 테이블에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아내는 가족이 각자의 공간에 흩어져 있어도 분리되는 느낌없이 한 공간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중요했던 점은 바로 수납공간. 보통 세탁실은 욕실 안쪽처럼 깊숙한 곳에 자리하기 마련인데, 이 집은 현관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복도에 세탁실이 자리하고 있다. 주방 안쪽으로는 넉넉한 팬트리가, 거실을 지나 안방으 로 가는 길목에도 작은 창고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건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한데,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수납해야 할 물건의 제자리가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아이가 있는 가정은 집 안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게 힘들어 수납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지저분한 물건을 어떻게 하면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라며 김영지 디렉터가 설명했다. 구조 변경과 베란다를 확장함에 따라 베란다에 수납해야 하는 물건을 둘 공간이 사라지면서 곳곳의 자투리 공간을 찾아 수납을 위한 창고를 만들었다.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구조를 변경하면서 부부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것처럼 아내는 아이의 행동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큰애가 6살인데, 이 나이쯤이면 조금씩 자기 방을 갖고 싶어하잖아요. 그래서 나름 아이의 취향을 반영해서 방을 꾸며주고자 했어요. 책상과 침대의 색상을 아이가 선택하게 했거든요. 직접 골랐기 때문인지 이 집으로 이사하면서 바로 수면 독립을 했어요. 방에 애착도 갖게 되었고 지금은 이 집이 제일 좋대요(웃음).” 현재 서재로 사용 중인 방은 언젠가는 둘째 아이를 위한 방으로 꾸며줄 계획이다. 가끔은 솔직한 아이들의 말이 가장 옳다고 하지 않나. 집이 가져온 작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행동에서 큰 변화가 생길 만큼 집이라는 존재가 지닌 힘의 크기를 가늠해보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