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풍류와 여유로움을 재해석한 오월호텔이 오픈했다.
직장인들로 붐비는 강남 중심가에 오픈한 오월호텔은 유명을 달리한 고 김백선 디자이너의 유작이기도 하다. 유리 건물로 둘러싸인 주변과 달리 화강석으로 마감한 독보적인 건물로 존재감을 드러낸 오월호텔은 마치 한겹 한겹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멋이 있다. 이곳의 박현숙 대표는 구례에 있는 운조루부터 담양의 소쇄원, 안동의 병산서원 그리고 오래된 유명 고택을 다니면서 화려하기보다 소박하지만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호텔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건물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나오는 로비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곧은 물줄기와 바닥에 무심하게 연출한 식물,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오월호텔에 집의 분위기를 담고 싶었던 박현숙 대표와 고 김백선 디자이너는 객실에 한국 전통적인 집의 모티프를 담았고, 각 객실의 이름도 ‘아쿠아 하우스’, ‘테라스 하우스’, ‘가든 하우스’ 등 집 느낌을 강조해 지었다. 오월호텔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가든 하우스’는 겹겹의 여닫이문과 작지만 단아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객실로, 지층이지만 빛이 잘 들고 다른 건물이 보이지 않아 독립된 객실처럼 느껴진다. 특히 객실마다 설치된 검은색의 묵직한 수전은 고 김백선 디자이너가 지난해 판티니 Fantini 사와 협업해 선보인 것으로 오월호텔의 욕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한옥 대청마루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여유와 풍류를 호텔에서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오월호텔은 한국적인 것이 꼭 한옥을 둘러보거나 명동이나 경복궁에 들르는 것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DESIGNER INTERVIEW
가장 한국적인 휴식
강남 한복판에서 진정한 한국의 미와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오월호텔. 이전에 마리호텔, 사월호텔 등 디자인 호텔을 선보여온 박현숙 대표가 최근에 오픈한 곳이다. 이미 세계적인 잡지 <월페이퍼>에 소개됐을 만큼 화제를 모은 오월호텔의 박현숙 대표와 나눈 대화의 기록.
오월호텔을 디자인할 때 어떤 밑그림을 그렸나? 집에서 내가 느끼는 여유로움, 감성적인 부분을 오월호텔에 묵는 이들도 똑같이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체 설계는 직접 참여했지만 내부의 동양적인 요소는 친분이 있었던 김백선 디자이너와 함께했다. 그가 판티니 사와 협업한 수전도 오월호텔에서 사용해볼 수 있다.
어떤 점이 특별한가? 사월호텔은 뉴욕 맨해튼에 빠져 있었을 때 느꼈던 감성이 담겨 있고 마리호텔은 프랑스 살롱 문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오월호텔은 이전 호텔들에 비해 좀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적인 요소를 듬뿍 담았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절제된 아름다움, 담백한 요소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
객실 이름에 ‘하우스’가 붙는 점도 색다르다. 머무는 동안 집처럼 느껴지길 바랐다. 그래서 구조와 동선에도 신경을 썼다. 욕실을 가려면 침실에서 빙 돌아가야 하고, 긴 복도도 있다. 발코니 문을 열어 작은 테라스를 즐기는 기분도 낼 수 있다. 그야말로 각 객실이 한 채의 하우스인 셈이다.
각 객실에는 어떤 특징을 담았나? ‘테라스 하우스’는 침실과 욕실이 테라스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ㄷ자형 구조로 일반적인 호텔 객실과는 다른 구조다. 또 ‘아쿠아 하우스’에서는 디딤돌을 딛고 대청마루에 오르는 것처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고, 객실의 모든 공간에서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가든 하우스’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계단 부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좋아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통로 공간이기도 하다.
어떤 곳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는가? 오월호텔에 머무는 이들이 어느 멋진 취향을 가진 주인장의 집을 잠깐 빌려서 묵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또 이곳에서 진짜 한국의 풍류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