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그라운드의 안아라 셰프는 그 시작이 꽤 흥미롭다.
본래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이었지만, 과감히 직업을 바꾼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평소 관심 있게 보던 장진우 식당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왔어요. 요리를 해보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설거지는 그 환경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계기였고요.” 선택은 옳았다. 결국 독학으로 공부한 요리로 장진우 식당의 주방마저 도맡게 된 그녀는 독립해서 지금의 홈그라운드를 오픈하게 되었다. 홈그라운드는 컨셉트 케이터링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피크닉에서 열린 재스퍼 모리슨 전시의 오프닝 파티,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컨퍼런스,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관 개막식, 위워크 오프닝 파티 ‘스프링 가든’ 등 굵직굵직한 전시와 오프닝의 케이터링을 모두 맡아 진행했다. 케이터링을 전문으로 하게 된 것은 독립 후 처음으로 맡은 것이 케이터링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케이터링 음식은 한번 식은 것이었기에 모양새를 달리하거나 전시에 맞춰 컬러 코드를 맞추는 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전형적인 메뉴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사고로 음식을 선보인 것이 지금의 그녀를 있게 했다. “처음에는 불안하니까 얼른 레스토랑을 내고 싶었어요. 케이터링이 조금 불안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가만 보니, 레스토랑이 없다는 것은 공간에 매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더라고요.”
덕택에 그녀는 컨셉트 케이터링뿐 아니라 자유로이 팝업 레스토랑을 열기도 하고, 여러 작가들과 협업해 다채로운 작업도 전개하고 있다. 얼마 전 MMCA에서 열린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전에서 선보인 국경에 관한 프로젝트는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다. “국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거잖아요. 어찌 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과 식재료에 따라서도 나뉠 수 있고요. 그래서 인도네시아 작가의 소토반자르라는 추억의 닭 요리와 어릴 적 외할머니가 해주신 전라도식 떡국 레시피를 섞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음식을 먹은 사람들에게 물었죠. 과연, 이 음식의 국경은 어디일까요?” 음식을 기반으로 이렇게 색다른 활동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셰프가 아닌 문화, 예술계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음식을 전공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의외의 장점이 되어 색다른 행보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음식이라는 중심 하나만을 가지고 경계 없는 활동을 전개하는 그녀의 앞날은 누구보다도 다채로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