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부부, 친정 동생이 같이 사는 60평형대 아파트. 마음이 잘 맞는 시공 업체를 만나면서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결혼 4년 차인 이영미 씨는 쌍문역 근처에서 남편과 살다가 얼마 전 홀로 된 시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정했다. 강남과 판교로 출퇴근하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배려해 용인에 있는 215㎡의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큰마음을 먹고 레노베이션을 감행했다. “체리색 몰딩과 우물 천장, 대리석 아트월은 제가 좋아하는 원목 가구와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여기서 10년 정도 살자는 마음으로 집을 고쳤죠.” 이전에 살던 신혼집을 셀프로 꾸민 적이 있는 이영미 씨는 지인에게 시공 업체를 소개 받아 공사를 직접 진행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갤러리 같은 집. 우선 천장과 벽을 순백색 페인트로 칠하고 바닥은 밝은 회색의 포슬린 타일을 깔아 배경을 깨끗하게 정돈했다. 그러고 나니 천장이 낮아 답답했던 부분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천장에는 직접조명을 달지 않고 간접조명만 매입했는데 바닥 타일에 반사되어 반짝이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난다. 본래의 컨셉트를 살리기 위해 마리메꼬 원단을 씌운 캔버스를 벽에 걸어 그림을 대신했다. 거실을 흰색으로 단정하게 꾸몄다면 주방은 검은색으로 차분하게 연출해 균형을 맞췄다. 주방 시공은 세심한 마감으로 정평이 난 우림퍼니처에서 맡았는데, 이영미 씨와 합이 잘 맞아 다른 가구도 부탁했다. 이 집에서 단연 돋보이는 월넛 소재의 원목 식탁과 서재 책장, 고재로 만든 콘솔이 모두 우림퍼니처 전동만 대표의 솜씨다. 전에 살던 집보다 두 배 정도 넓어지고 식구도 느는 바람에 대부분의 가구를 새로 구입했지만 신혼 때부터 사용하던 가구 중에 몇 가지는 가지고 왔다. 서재 책상은 본래 좌식 식탁으로 다리만 새로 부착했고 패브릭 소파도 버리지 않고 서재 한 켠에 두었다.
공용 공간인 서재와 거실, 주방을 제외한 모든 방은 바닥재를 원목 마루로 선택해 안락함을 더했다. 또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부부는 침대와 콘솔, 드레스룸의 옷장까지 모든 가구를 어두운 색으로 골랐다. 검은색 가구는 밝은 벽과 대비되면서 특별한 장식 없이도 집 안에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 집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는 곳은 시어머니의 방뿐이다. “어머니는 제가 부담스러워할까 그런지 아무런 부탁이 없으셨어요. 모든 걸 저에게 맡기셨죠.” 그녀는 소녀같이 순수하고 긍정적인 시어머니의 취향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으로 방을 연출했다. 또 식물을 좋아하는 시어머니를 위해 베란다에서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집 안 곳곳을 꾸몄다. 시어머니가 지내는 방 맞은편에는 이영미 씨의 막내 여동생이 살고 있다. 어떻게 된 사연인가 하면, 세 자매 중 맏이인 이영미 씨가 쌍문역에서 남편과 살 때 방 한 칸을 막내 여동생에게 잠깐 내줬는데 용인으로 이사하면서 함께 오게 되었다고. 동생이 키우는 반려견 나쵸까지 합류해 이 집의 식구는 총 다섯. 서로 어려울 법하지만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는 것이 두런두런 지낼 수 있는 비결이란다. 대비되는 검은색과 흰색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균형을 이루는 이 집처럼 이들의 사이도 조화로울 것 같다.
1 현관 | 문에서 현관까지 오는 복도에 화분들을 놓아 싱그러움을 더했다. 신발장은 흑경으로 마감했는데 맞은편에 있는 거울에 반사되어 더욱 반짝인다. 2 거실 | 부부 침실과 드레스룸 사이에 있는 벽에는 나무 질감이 살아 있는 원목으로 수납장을 짜 맞췄다. 그 위에 큼직한 원형 거울을 달아 벽면을 풍성하게 메웠다.
1 복도 | 새하얀 벽에 걸린 파란색 그림은 마리메꼬에서 구입한 원단을 캔버스에 씌운 것. 그림 하나로 주목도가 높아졌다. 2 서재 | 책상은 신혼 때 사용하던 좌식 식탁에 다리만 바꾼 것. 창문에는 타공 블라인드를 설치해 은은한 빛이 새어 들어오게 했다.
주방 | 주방 가구는 어두운 계열로 선택해 흰 벽과 균형감을 맞췄다. 주방 조리대와 식탁은 짙은 색감이 멋스러운 월넛 원목으로 만들어 자연스러우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준다.
침실 | 검은색 침대와 흰색 침구, 그 위에 올려놓은 초록색 쿠션이 교차적으로 대비되면서 시야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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