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과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함께 결성한 복합 창작 공간 ‘스튜디오 콘크리트’. 초록으로 둘러싸인 시간이 축적된 낡은 벽돌 건물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자유로운 감성이 흘렀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소속 아티스트의 전시를 비롯해 재능 있는 작가들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1층 갤러리.
낡은 벽돌 건물에 자리한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갤러리, 라이브러리, 아틀리에와 카페가 복합된 오픈형 종합 창작 스튜디오다. 배우 유아인과 공동 대표인 차혜영 그리고 세 명의 아티스트 권철화, 김재훈, 권바다, 큐레이터 김지은, 애디토리얼 디렉터 박노섭. 7명의 30대 젊은 청춘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공간이다. 평소 친한 친구 사이였던 이들은 어느 날 함께한 술자리에서 우리가 뭉치면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다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리고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꿈을 펼칠 공간에 대한 고민이 이뤄졌고 마침내 한남동에 안착했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하는 일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은 참 많다. 공간만 둘러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차혜영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그 해답이 풀렸다. “부모님들도 저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세요. (웃음) 친구들도 그래서 돈은 어디서 버는 거야? 먹고살기는 하는 거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은 재능이 있어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이런 아티스트들이 함께 뭉쳤을 때의 시너지로 정기적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판매하고, 브랜드의 애드토리얼을 대행하는 일을 해요. 그리고 패션 상품을 디자인해 판매하기도 하죠.” 그간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이름으로 작업했던 결과물은 한섬의 수입 편집숍 톰 그레이하운드에서 발행하는 매거진 <톰 페이퍼> 제작과 럭키 슈에뜨의 2015 F/W 광고의 브랜드 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명 유아인 티셔츠로 불리는 시리즈 1to10의 옷을 만들어 한섬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얼마 전 홍콩 레인 크로포트 백화점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1 싱그러운 초록 정원은 갤러리 안쪽의 문을 통해서도 보인다. 2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소속 아티스트의 전시를 비롯해 재능 있는 작가들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1층 갤러리.
김재훈의 작가의 사진 작품 앞을 걷고 있는 시바 견종의 탁구. 배우 유아인의 애견으로 작품과 하나가 된 탁구도 아티스틱한 모습이다.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도 2층 공간과 옥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은밀하게 숨어 있기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바람이 느껴진다. 커다란 철재로 짠 책장이 있는 복도 끝에는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소규모 거실이 있다.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붉은색 벽돌이 인상적인 3층 건물. 이웃한 건물은 마치 호위무사처럼 주변을 감싸고 있고 도로변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초록의 싱그러움이 건물 내부와 외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6개월 동안 아인이네 집에서 거의 매일 회의를 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새로 지어질 공간에 대한 컨셉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는 이름은 누군가 ‘툭’ 하고 던진 단어였는데, 모두들 어감이 좋다며 단박에 결정하게 됐고요. 스튜디오를 구할 때는 이곳저곳 정말 발품을 많이 팔았는데, 나이든 흔적이 있는 이 벽돌 건물을 보고 모두가 반해 어렵게 터를 잡게 됐어요.” 공동 대표직을 맡고 있는 차혜영 씨와 크루(아티스트와 직원들을 통칭해서 이렇게 부른다)들은 앙상히 뼈대만 남아 있던 이 오래된 건물의 내부와 외관에 되도록 손대지 않고 옛 멋을 살리는 복원 건축에 방향키를 맞췄다. 이런 그들의 바람에 날개를 달아준 이는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사막의 김대일 대표. 오랫동안 스튜디오 콘크리트 팀과 알고 지낸 사이라 이번 작업은 더욱 그들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의 집합소가 됐다. 1층은 카페와 갤러리, 2층은 사무실, 3층은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텅 빈 옥상이 자리하며 앞마당에는 작은 테라스를 품고 있어 마치 근교로 나들이를 나온 듯한 해방감도 만끽할 수 있다.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리기보다 사진 촬영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저는 밖에서 일을 따오고…. (웃음) 함께 모여 회의한 이후에는 각자 흩어져서 일을 하는 시스템이라 처음부터 큰 사무실이 필요치 않았어요. 계단을 올라가면 기다란 복도를 따라 사무실이 자리하는데 커다란 공간의 반을 뚝 잘라 한쪽은 컴퓨터가 놓인 사무실, 다른 한쪽에는 거실처럼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아인이네 집에서 회의할 때도 자유롭게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것에 착안해 만든 공간이에요.”
1 사진 촬영을 할 때 사용하는 배경지를 파티션으로 이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2 기존에 있던 틀을 없애지 않고 최대한 살려 노출시킨 공간이다.
1 사무실과 거실은 커튼만 젖히면 바로 이어진다. 2 1층의 카페 책장에 전시하고 있는 사진 작품들.
1,2 아티스트 김재훈과 애디토리얼 디렉터 박노섭, 큐레이터 김지은. 3 실물과 꼭 닮아 있는 7명의 캐릭터를 명함을 통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고로 정가운데 있는 얼굴은 배우 유아인이다.
캔버스와 붓 하나만 있으면 금세 아틀리에로 변신하는 사무실.
1 입구에 있는 정원. 2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외관.
스튜디오 콘크리트 멤버들의 회의 공간이자 사진 작업실이 되기도 하는 거실. 커다란 철재 수납 가구는 일원들의 물품 보관함으로 사용하고 있다.
싱그러운 초록이 그림처럼 걸려 있는 사무실에는 4개의 빈티지 책상 위에 컴퓨터만 놓여 있는 상태로, 주변에는 그간의 작업물이 오브제처럼 놓여 있다. 거실 공간과 사무실은 커튼만 젖히면 맞닿는데, 특별히 문을 달지 않은 이유도 집 같은 편안함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복도에 자리한 커다란 철제 책장은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아트 북만 채워 넣을 예정으로 1층 카페에 온 손님도 라이브러리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사무실을 돌아 옥상으로 올라가면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데크 공간이 나온다. 텅 비어 있는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모습이 썩 괜찮다. “텅 비어 있는 공간에 서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곧잘 정리가 되더라고요. 방문하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책을 읽고 휴식도 취하는 그런 공간이 되도록 비워둘 예정이에요.” 용도가 정확하지 않은 빈 공간을 두고 상상이 끼여들 여지를 남겨둔 이곳은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춤추게 할 무대처럼 다가왔다.